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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부회장] <시사저널 2024.04.05> "[전영기의 과유불급]사법부 우습게 보는 민주주의 지도자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05 10:11:07
  • 조회수 25

(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304


4·10 총선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현재 유죄 판결이 나면 중형이 예상되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점은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을 이용해 사사로이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는 대장동 개발, 백현동 용도변경 사건에서 배임 및 3자뇌물과 검사사칭 위증교사 등 9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정치적 자신감이 지나쳤는지 재판 기일 연기를 요청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정치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3월29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의 법원 참석을 아량 베푸는 듯하는 표현도 그렇지만 법원의 재판 기일 엄수를 검찰 의도가 관철된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이 사법부를 우습게 본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이 1당이 되리라는 각종 여론조사가 그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겠다.


‘피고인의 법원 참석’을 아량 베풀 듯하는 태도


조국 대표는 아예 정치적 승리로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덮을 수 있다는 태도다. 그는 “법률적 유죄를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회복하는 길을 찾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로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다. 문제는 2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것이다. 김종민 변호사는 법률신문에 “검사와 변호사로 30년간 지내면서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사례는 처음 본다”고 혹평했다.


조국 대표가 법정 구속을 면한 것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조 대표는 이를 신당 창당의 기회로 활용해 단숨에 선거판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질문에 “감옥 가야지. 방법이 없다”고 쿨하게 답했다. 주요 정당의 정치 지도자가 형사범죄자로 확정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나 미안함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다. 사법부의 결정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자세처럼 보였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라 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 ‘권력의 자제’가 필요하다. 입법이나 행정권력이 헌법 질서 아래, 합의된 규칙의 한계 안에서 힘을 표출해야 민주정치의 지속성이 보장된다. 권력의 자제가 사라지고 규칙 위반이 일상이 되면 나라는 순식간에 무정부 상태에 빠진다.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은 규칙 관리가 엄격하고, 그 일을 정치나 행정권력에서 독립된 사법부가 담당하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점이다.


재판부, 스스로 엄정해 정치에 깔보이지 않아야


국민의 자유를 기준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 그룹에 속한다. 미국·유럽 등 민주주의의 오랜 선진국에 못지않다. 다만 권력의 자제라는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 마지막 방어선인 사법부의 규칙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엄정한 선임 절차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정상으로 각급 법원과 그에 소속한 3000여 명의 판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진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나라가 고삐 풀린 권력의 세상이 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선출된 권력만을 무조건 선이나 최고로 치는 사고방식은 자유민주주의의 3권분립,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지 않는다.


사법부의 고유한 기능 중 하나는 그저 표를 얻는 데 급급해 덮어놓고 대중의 이익과 요구를 부추기거나 따라가고 보는 정치를 제어하고 자제시키는 것이다. 정치가 놓치기 쉬운 법과 원칙, 보편 타당성과 일관성, 양심과 상식의 가치를 생성하고 순환시키는 역할이다. 권력의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미덕은 입법부나 행정부보다 사법부가 고양해야 할 가치관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사법부가 스스로 엄정해 정치인들한테 깔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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