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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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시작 두 달 만에 지지율 30%대로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많은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넣은 촛불집회라든지 이명박 대통령 때 소고기 파동을 주도했던 집단들이 또다시 여론조작과 선동에 나섰다는 식의 정세분석은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해도 정치 세계를 지배하는 윤리는 원인과 의도가 아니라 결과와 책임이다. 자기가 잘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될 일이다. 남을 탓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윤 대통령은 보람 없는 걱정에 사로잡혀 도어스테핑 때처럼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신경질은 윤석열답지 않다. 대통령다운 태도가 아니다. 화를 잘 내는 대통령한테 신뢰와 안정감을 느낄 국민은 많지 않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당·정·청 모든 여권 세력이 들고일어나 그를 쫓아내려 했을 때 철석(鐵石)같은 자세를 지켰던 그때의 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 국민은 검찰총장의 진중하고 의연한 모습에서 법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다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다수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데 실패했다. 공정과 상식은 법을 세우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감과 사랑은 대통령이 연민과 희생을 먼저 바쳐야 국민한테 얻는 선물이다. 하늘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국민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1993년 1월20일 취임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해 5월 국정 지지율이 38%로 곤두박질쳤다. 클린턴은 간절한 마음으로 사려 깊은 조언자를 찾았다. 민주당 출신인 클린턴은 과거 공화당 대통령 세 명을 보좌했으며 워싱턴 의회정치에 정통한 데이비드 거건이라는 언론인을 참모로 모셨다. 널리 인재를 구했다. 거건이 쓴 《CEO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2002년 번역)에 따르면 클린턴은 밤늦게 잔뜩 지친 목소리로 “거건, 내가 곤경에 빠졌소. 나를 도와주시오”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다음은 거건이 묘사한 당시 백악관 상황. “무질서한 백악관과 육감에 의지하는 대통령,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행정부. 그 후에도 클린턴은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졌다.…중요한 안건에 대해선 대통령과 부통령, 퍼스트레이디 세 사람 모두의 서명이 필요했다.” 권력의 난맥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패턴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윤석열의 정권 역시 무질서한 대통령실, 육감에 의지하는 대통령, 갈피를 잡지 못하는 행정부로 요약되니 말이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는 클린턴 백악관의 힐러리만큼은 아닐지라도 대통령실 운영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내적 집중력 회복해 국정 헝클어진 원인을 찾아야

집권 100일 만에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클린턴 대통령이 지지율 50%대를 회복해 안정기로 접어들기까지 일곱 달이 걸렸다. 거건이 백악관에 들어갈 때 묘사했던 문제들은 완전하진 않지만 차례로 조금씩 해결되었다. 거건에 따르면 회복의 첫걸음은 대통령이 일정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내적 집중력을 찾은 것이었다고 한다. 여름휴가의 재충전이 클린턴에게 부활의 조건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거건의 조언은 적용될 수 있다. 혼자만의 안식의 시간 속에서 내적 집중력을 회복해 일이 어디서부터 헝클어졌는지를 발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