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때 한동훈 법무장관이 ‘인과관계의 확대해석’이라는 말을 써서 흥미로웠다. 실로 세상의 숱한 억측과 소모와 싸움이 인과관계를 확대해석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동훈 장관은 “조국 때문에 당신이 법무부 장관이 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 장관은 “조국 사건을 수사해서 저는 좌천되었다”고 답했다. 질문자는 “좌천되었기 때문에 새 정권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고 재차 묻는다. 한동훈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답변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투로 “그게, 인과관계를 확대한 것이 아닌지”라고 반문했다.

이 문제는 한동훈의 말이 맞다. 조국과 한동훈의 인과관계는 ‘좌천’으로 종료되었다. 다음 단계에서 ‘좌천’이 ‘장관’으로 전환한 것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운명이었다.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팔자 같은 것이다.

조국 때문에 장관 됐다? 인과관계의 확대해석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는 사람의 기이한 변화에 관한 중국 고사다. 새옹지마를 직역하면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라는 뜻이다. 노인의 젊은 아들이 말을 타다 떨어져 발이 부러졌는데 전쟁이 났지만 군대에 끌려가지 않아 살아남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았다는 스토리다. 새옹지마에서도 말을 탔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건 운명이나 팔자에 해당한다. 새옹지마에서 인과관계를 고르라면 말을 타다 낙마했기 때문에 발이 부러졌다는 부분에 국한한다.

인과관계의 확대해석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는 생사람을 잡는 경우다. 요새 가장 억장이 무너지는 주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나토와 가까워지려 했던 우크라이나를 탓하는 일각의 논리다. 그 결과 그들은 문명사에서 용서하기 어려운 푸틴의 인권유린 및 국제범죄를 가볍게 취급하고 있다. 죄 없이 죽어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슬픔과 비탄도 덜 중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이 저질렀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푸틴 전쟁의 희생자다. 이 크고 명백한 인과관계가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가 당할 짓을 했기에 당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국제정치의 냉혹성을 깨우치는 면에서 생각할 바가 없지 않지만 진실과 생명, 자유라는 좀 더 근원적인 관점에서 명백한 인과관계를 흐리는 흐리멍텅 물타기에 불과하다. 논리가 지나쳐 궤변이 되었다. 인과관계를 확대하다 반문명, 비윤리에 빠져버렸다.

커먼센스 잃으면 마이센스 판치는 세상 돼

인과관계의 확대는 사람의 본성과 사건의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야 허무해지지 않는다. 본성에 반하거나 맥락에서 이탈한 논리는 궤변이기 일쑤다. 인과의 확대가 빈번한 사회에선 커먼센스(common sense)가 힘을 못 쓰고 마이센스(my sense)가 판을 친다. 생명의 훼손이 정당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이센스’ 입장에서 학의 다리가 길다고 너도나도 잘라버리겠다고 달려들면 사회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학의 다리를 이유 없이 자르는 것은 잔인하다. 인간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누구도 잘라서는 안 된다는 게 커먼센스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건 좋지만 사람의 보편적 본성을 부정하는 확대해석으로 나아가지 말자는 얘기다. 사람이 본성과 맥락에 충실하면 확대의 범위를 적당한 지점에서 멈출 수 있다. 현란한 궤변과 요설, 극단이 춤추는 세태다. 그럴수록 상식과 본성, 맥락의 회복이 절실하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나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자주 떠오르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