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김종인·이준석과 결별을 고민하고 있을 때 경선 2위였던 홍준표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발상은 대선을 포기하자는 것”(1월4일)이라고 이준석을 두둔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이 마운드에서 내려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새 후보로 등판할 경우를 상상해 옥새를 쥔 이준석 대표의 도움을 상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편 이준석이 이해불가한 여러 언행으로 자리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당 대표 도장으로 후보 교체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론 이런 정치 장난을 용납할 유권자는 별로 없다.
윤석열에게 ‘정권교체 불쏘시개’ 회복의 계기
윤석열의 김종인·이준석 버리기는 고육지책이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낸 행동. 그는 해 지는 설산에서 암벽에 끼인 다리를 절단하는 등산가의 심정으로 선대위 해체를 결심했다고 한다. 정권교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정치입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별의 순간이 온 줄 알고 숨겨버린 야성(野性)과 윤석열다움을 찾고 있는 듯하다. 선대위 해체 때 했던 “처음 윤석열로 돌아가겠다”(1월5일)는 선언의 의미다. 윤석열에겐 위험과 기회가 상존한다. 위험이란 미숙한 정치력을 보호해줄 갑옷을 벗은 것. 쏟아지는 화살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그는 쓰러질 수 있다. 기회란 거대 세력에 둘러싸여 정권교체가 다 된 듯한 환상과 자만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자기를 베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자각도 생겼다.
윤석열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찾으려면 우선적으로 당 경선 4강전에서 다퉜던 홍준표·유승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방법이다. 허리를 깊이 숙여야 한다. 홍준표·유승민·원희룡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전문가다. 국정의 각 영역을 나눠 맡겨도 손색이 없을 사람들이다. 윤석열의 최대 약점은 정권교체 역량은 있어도 정책 생산 실력은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이다.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스크럼이 약점을 보완해 줄 것이다. 특히 홍준표 의원은 김종인 이상의 정치력과 이준석 이상의 2030세대를 파고드는 호소력을 갖췄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를 충분히 메울 만하다. 홍 의원의 마음속에 후보교체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윤석열이 홍준표를 맏형처럼 멘토로 모실 이유는 많다.
김종인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논의’ 장애물
윤석열의 그다음 과제는 안철수와의 관계 설정이다. 김종인이 떠남으로써 윤석열에게 좋은 점이 생겼다. 김종인은 안철수를 경멸하거나 모욕하기 일쑤였다. 김종인이 계속 선대위 총괄로 있었다면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 물론 지지율 상승세에 있는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의 ‘ㄷ’자도 없다고 말한다. 오직 안철수만이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우리나라처럼 양당 중심체제에서 제3지대 후보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 그래서 프랑스식 결선투표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선거 양상이 안 후보의 예측대로 3강 구도로 간다 해도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불가피하게 된다. 단일화 문제가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되다 종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50% 이상 유권자들에게 단일화 논의 자체를 방해할 김종인의 퇴장은 썩 나쁜 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