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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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타이밍의 미학이라고 한다. 특정 시기에 아무리 강력하고 특별한 권력을 휘둘렀다 해도 한국에서 임기 5년의 시간표를 초월할 대통령은 없다. 그 시간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탈당을 생각할 때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여당의 대선후보 세력에 밀려 쫓기듯 탈당하기 십상이다.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말년은 쓸쓸했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경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그는 탈당을 거부하다 아예 강제 출당 조치를 당했다. 하야의 기회마저 놓치고 탄핵, 수감이라는 비극적 종말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만들었던 정당으로부터 버림받고 그 빈틈을 반대 당이 마음껏 유린했기 때문이다. 김영삼·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어려움은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로 가중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은 정권교체의 승자가 된 뒤 전임 집권세력을 관용하기보다 가혹하게 보복정치를 했다.

권력의 황혼기, 정권 재창출에 도움 안 돼 

정권의 황혼을 보면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은 이제 내전 수준의 적대 정치를 완화하고 차기 대선에서 여야 간 공정한 게임의 관리자로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할 듯하다. 문 대통령은 마(魔)의 여론조사 지지율이라는 30%가 무너져 내리고 4·7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 전 선거구 완패라는 최악의 집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세월 문 대통령은 중요한 고비마다 비현실적 인식, 이념 지향적 사고, 우물쭈물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곤 했다. 이로 인해  검찰 개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내로남불 집단심리가 정권에 팽배해졌다. 그 속에서 권력형 성범죄가 은폐되고, 불공정 부동산과 세금 문제가 누적돼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 따라서 10개월 남은 대선까지 문 대통령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적표를 개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기말을 맞은 과거 대통령들은 자기 문제 때문에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예외 없이 당을 떠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연기 군수의 관권 선거 폭로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패비리로 구속된 아들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파탄 등 총체적 정책 실패로 한 자리로 떨어진 지지율 때문에 탈당했다. 모두 자기가 만든 당을 사랑했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슬픔을 머금은 채 대선 승리를 위한 집권당의 탈당 요구를 수용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 자유의 공간 허락해야

그 결과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막아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비교적 성실하고 중립적으로 대선을 관리했다. 둘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도는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여기엔 이들이 선거에 임해 헌법에 따른 대통령의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점도 작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당에 의해 정권교체를 당한 케이스. 그러나 그의 ‘원칙 있는 패배’가 지금 문재인 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도움도 못 되면서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당에 남아 있고 싶겠지만 어차피 단임 대통령제에서 실질적으로 정책의 실패를 책임질 방법이 없다. 차기 대선주자가 자유롭게 새로운 정책을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레임덕 대통령이 당을 떠나는 게 오히려 책임정치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당에 집착하면 진영의 보호를 받으려는 비겁함으로 비칠 수 있다. 탈당한 뒤 공명선거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말대로 실천하면 어느 쪽이든 차기 권력으로부터 존중받을 것이다. ‘우리 이니 마음대로 해’라는 이른바 대깨문들은 탈당을 반대하겠으나 그들의 말을 듣다가 지금 곤경에 처하게 된 점을 헤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