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허민 전임기자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차기 대권과 관련해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하는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그는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정치 진출 선언’이란 말이 나왔다. 논박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론해보자면 그의 갑작스러운 총장직 사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검찰 해체’를 막는 것, ‘정치적 기회의 창’을 열어놓는 것.
무엇보다 윤석열은 자신의 총장 재직 중 검찰 해체라는 초유의 참(慘)을 당하는 검찰 총수로 기록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다. 총장직 고수가 집권세력에 검찰 해체의 동기를 부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총장직 사퇴는 그런 점에서 과거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그에게 조직은 검찰이고, 조직에 충성하는 건 검찰 해체를 막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친정권’ 검사가 검찰을 장악하는 길일지라도.
그의 전격 사퇴 배경에는 총장 사퇴 후 1년 이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윤석열 방지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정치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회의 창은 열어놓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고도 있었을 것이고, 스스로 판단도 했을 것이다. 윤석열의 정치 진출 관측은 여기서 나온다.
그가 정치 경험이 없어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들이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또한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미국의 전설적인 대통령이 됐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의 역할은 두 가지다. 인재들을 모아 치열하게 토론시키는 것, 그리고 자기 책임 아래 결정하는 것. 대통령이 모든 걸 경험할 필요는 없다.장관과 참모들이 토론하게 하고, 현명한 결론을 내릴 줄 알면 된다.
리더의 진짜 자질은 깊은 철학과 고도의 직업윤리와 풍부한 성찰에 배태돼 있다. 그와 교류해온 지인에 따르면, 주변의 정치 권유에 대해 그는 “사람을 잡아넣는 일만 해왔는데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오랜 검사 생활 속에서 길든 권력의 네거티브 속성, 즉 ‘창조하는 것보다는 파괴하는 데 익숙해진’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윤리관과 성찰성, 심지어는 ‘반어(反語)적 권력 의지’가 발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치적 자질이 있다는 것과 정치인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특히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세력이 있어야 하고, 의혹과 장애를 넘어야 하고, 지속적인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한다. 보수정치권과 일을 도모할 경우 ‘박근혜 탄핵’ 같은 고도의 갈등 요인도 극복해야 한다. 아직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정작 자신의 입으로 “정치하겠다”고 한 일도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의 정치 진출과 대권 도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윤석열 현상’이다. 과거 수많은 ‘현상’들이 창문을 열면 증발하는 수증기처럼 사라졌다. “윤석열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산 권력과 충돌하면서 ‘생사를 건 승인투쟁’ 속에 만들어낸 성취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 하기 나름이다. ‘현상’이 ‘실체’로 이어질지, 윤석열의 정치가 시작될지는 4·7 재·보궐선거 후 본격화할 소용돌이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