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언론보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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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학회 학술대회…“언론인들의 노력만으로 방송 정상화 불가능”

권력자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공익적인 역할을 맡는 조직과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해당 조직의 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혹은 자신의 사람이 되길 원하는 이를 내리 꽂는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의외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과 제도다. 특히 한국의 공영방송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추천‧선임 권한을 행사하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국회에 위임된 인사 지명 권한이 ‘관례’라는 명목 하에, 심지어 힘의 크기에 따라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식의 나눠먹기 형식으로 주어져 있거나(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추천‧선임) 아예 대통령이 의사결정권자 임명 권한을 갖는다(KBS 사장 선임).

이런 시스템 아래 이명박 정부 시절엔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대선캠프 등에서 ‘선수’로 뛰었던 인물들이 공영방송 사장직을 꿰찼다. 그리고 현 정부에선 야당 대표와 전직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거나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공영방송 이사장(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조우석 KBS 이사)들이 등장했다. 또한 보도 책임자 시절 공정성 등의 문제로 구성원들로부터 무려 93.5%의 불신임을 받았던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의 경우 “공정성 실현에 기여했다”는 청와대의 평가가 담긴 인사청문 요청서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권력 선전도구로 전락한 언론, 대통령을 방통위 ‘상급기관’으로 둬선 안 돼”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방송공정성과 방송규제’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한국정치평론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대통령을 ‘상급기관’으로 두고 있는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에서 분리시켜 대통령의 공영방송 이사‧사장 임명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수경 인천대 교수는 이날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일차적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인데, 한국의 방송 지배구조는 ‘권력의 애완견’ 노릇을 강요한다”며 “이런 현실 속 (최근엔) 방송의 공정성은커녕 방송의 선전도구화 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런 현실의 문제를 공영방송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에 “밀착되게” 만들고 있는 제도에서 찾았다.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추천하는 방통위의 위상이 대통령 소속 기구인 상황에서 위원 5인 가운데 3명이 대통령과 여당에서 지명한 인물로 채워져 사실상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을 뿐 아니라 다수결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뜻이 언제나 관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 권한을 행사하지만 이 또한 ‘관례’에 따라 여야 비율을 7대 4(KBS이사회), 6대 3(방문진), 7대 2(EBS이사회)로 불균형하게 맞춘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이사회에선 다수결로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다. 곳곳에 권력, 즉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는 구조인 것이다.

한 교수는 “최근 KBS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된 고대영 후보자의 경우 보도국장 시절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받았고 보도본부장 시절 KBS 양대 노조의 신임투표에서 84.4%의 불신임을 받은 ‘기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높은 인사’였지만 여당 측 이사 7인의 몰표를 얻었다”며 “현재의 KBS 사장 선임 절차는 ‘낙하산 사장’을 절대 근절시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실상 대통령과 여권의 뜻을 대리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전부터 존재해왔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관심을 보였던 부분이다. 현재까지 이행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지만,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여야는 국회 안에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여당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때문에 야당과 현업 언론인, 시민단체 등에선 대통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교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이사 추천비율을 동수로 한다 해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한 교수는 “일련의 주장은 기존의 불균형적인 구성 등과 비교할 대 혁신적인 듯 보이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입김이 100% 담긴 권력의 산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해 한 교수는 “설사 시민단체에서 원하는 인사가 KBS 사장으로 선임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KBS 사장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두고 있는 현재의 방송법 제50조 2항을 폐지하지 않는 한 ‘낙하산 사장’ 근절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우선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으로부터 분리 독립시켜 대통령의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임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혁신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방송법 제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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