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https://v.daum.net/v/20250227020301106

지난 2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통 크게 만났다. 박 전의원의 포용적 행보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보인 '비명횡사·친명횡재 공천'과 대조된다. 자연스럽게 '박용진 죽이기 정치'의 부당함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없다.

박 전의원은 공개발언에서 "총선 과정에서의 일들이 저한테는 모진 기억"이라면서도 "내란 추종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만나기 싫을 법도 한데 그의 대국적 용기가 가상하다. 이 대표는 박 전의원에게 "박 전의원이 가슴 아픈 걸 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잘못했는지와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이 없어서 진정한 사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대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공천개혁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제시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박용진 제거 사건은 이 대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주창한 '죽임의 정치'보다 '살림의 정치'를 회복하자는 주장과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이재명 일극체제'를 만든 이재명 리더십의 폭력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박용진 의원이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약속이 파기된 과정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은 왜 그렇게 집요하고 무도하게 경쟁자들과 박용진을 제거해야만 했을까. 이 대표가 '1인 사당화'를 꾀한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이재명의 조급함'으로 보인다. 뭐가 그토록 조급했을까. 2가지다. '방탄'과 '대권'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이 첫 번째고, 차기 대권에서 승리가 두 번째다. 이 대표는 자신과 생사를 같이할 계파의 규합이 먼저라 보고 경쟁자들을 숙청하는 데 몰두하면서 정당 민주주의와 공당의 역할을 파괴했다.

이런 공천학살과 숙청 속에서 민주적 공당의 가치인 견제와 균형의 룰이 깨졌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반칙과 특권 없는 중도개혁 정당' '국민참여경선제'를 추구한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실종됐다. 결국 '개딸빠시즘(개딸+빠+파시즘) 정당'이 됐다.

이런 '죽임의 정치'를 중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표가 2021년 4월24일 내뱉은 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배운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고 했다.

여기서 이 대표는 노무현이 보복정치를 넘어서기 위해 추구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어설픈 관용과 용서'로 왜곡했다. 이 대표는 '자신만 살고 주변을 죽이는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그런 '죽임의 정치'를 그만하고 하늘을 우러러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