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회원의 칼럼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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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와 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기 로베스피에르가 이끈 자코뱅당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자코뱅당은 한때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급의 환호를 받았지만 1년간 1만5000명의 시민을 처단한 공포정치로 당이 고립되면서 순식간에 붕괴했다. 단두대에 목이 날아간 사람 중에는 왕가나 귀족보다 일반 시민이 훨씬 많았다.

자코뱅당 지지층도 기근과 공급 부족, 살인적인 물가와 주변국들의 침공이 이어지자 등을 돌린다. 자코뱅당의 잔인함과 폭력성은 찰스 디킨스의 유명한 소설 《두 도시 이야기》가 생생히 전하는 바와 같다(두 도시란 런던과 파리를 말함).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의 이슬로 날려 보낸 로베스피에르는 아홉 달 만에 똑같은 방식으로 파리 광장에서 사라진다.

찰스 디킨스의 교훈…정치 변동기에 지나침은 화 불러

의회 다수파 리더로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야흐로 혁명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이 내란죄로 의율되듯이, 이 대표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헌법을 적용하려 들다간 위헌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 변동기에 지나침이 화를 부르고, 분노한 군중과 급진적 관념파에 의지하다 역풍을 자초한 인물들은 역사 속에 비일비재하다. 자코뱅당의 로베스피에르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프랑스 혁명기와 현재 한국의 비상 시국을 동렬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최근 조치들은 지나치며 급진적이고 이념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 체제의 근본을 흔들어 나라를 금세 거덜내고 우방국의 우려를 살 만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민주당 의원 13명이 발의해 국회 상임위에 상정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들이 방송편성 책임자를 임명할 때 노사 동수 위원회를 만들어 노조 동의를 받게 했다. 경영자 고유의 권한인 인사권에 노조의 동의권을 허용함으로써 ‘노영(勞營) 방송’을 법제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방송 노조의 주력이 민주노총인 점을 감안하면 방송 시스템을 통째로 민주노총 손에 넘겨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월 조직쟁의국장 출신이 15년 선고를 받는 등 간부들의 간첩단 사건에 중형이 내려진 단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 질서를 뒤흔드는 방송법안이 통과되면 이는 이재명 정치의 지향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당장 현안은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개악한 ‘6대 법안’ 문제다. 이 중 양곡관리법 등은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매년 1조원 이상 세금으로 쌀을 비롯한 특정 농산물 가격을 떠받쳐 준다는 내용. 전형적인 ‘농민 포퓰리즘’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조차 폐해가 커 반대했다. 다행히 12월19일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6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취약한 행정권력이 무소불위 입법권력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동자·농민 포퓰리즘 경계하고 ‘기업인 악마화’ 말길

6대 법안 중 최악은 기업인을 수시로 강제 소환하고, 기업 비밀까지 강제로 깔 수 있게 한 국회증언감정법이다. 이런 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회장 제임스 김)가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깊은 우려를 전달했을 정도다. 이 밖에 헌법 체제에 금이 갈 법안과 조치들이 수두룩한데 대체로 노동자·농민 표를 모으거나 기업을 악마화해 숨통을 조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계엄 망상를 차단하는 데 공을 세웠다. 국민 지지율이 높고 차기 집권에 가까이 갔다. 그러니 오버하지 말고 자유민주 체제를 굳건히 다지는 데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이재명 대표의 성찰과 판단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