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정치평론학회 언론보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미디어오늘] 탄핵정국 이후 신문들은 다양한 쟁점과 흐름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탄핵 찬반이라는 좁은 틀 속에 매여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평론학회(운영위원장 경희대 이동수 교수)가 지난 9일 개최한 ‘17대 총선과 정치평론’ 세미나에서 전인권 상지대 정치학과 연구교수는 3월 한달 동안 경향·조선·중앙·한겨레 등 4개 신문에 실린 총선 관련 155개 사설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 교수는 “탄핵정국은 6월항쟁의 기억,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누적, 인터넷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 집단적 시위의 세련된 문화적 표현 등 다양한 쟁점을 낳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4개 신문들은 다양한 흐름의 종합적 표현인 촛불시위를 탄핵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이라는 좁은 스팩트럼 안에 가두어 놓는 사설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원인으로 ‘모든 쟁점에 대해 신문사의 견해를 표명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매일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설을 내보내야한다는 압박’을 들었다. 그는 이같은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 논쟁적 사설 쓰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문들이 자신들을 보편자가 아니라 여럿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와 복무지점을 커밍아웃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사설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신문사의 내부 인사에 대한 의미 등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각 신문의 외부 칼럼에 대한 분석평가도 나왔다. ‘공론화와 정치평론’이라는 주제로 총선시기의 외부칼럼을 평가한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대영 연구교수는 “바람직한 공론화란 공론의 형성과정에서 국민의 정치적 경험이 확대되고 정치적 성찰의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공론개념을 설정하고, 이 개념에 기반해 앞서 4개 신문에 게재된 외부칼럼의 공론화 기능을 평가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외부 필진이 쓴 칼럼은 87건 중 60.9%인 53건이 공론화에 기여한 칼럼으로 분류됐으며, 각 신문별 순위는 경향신문 73.3%, 한겨레 69.0%, 조선일보 52.4%, 중앙일보 50.0% 순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외부칼럼들이 각 신문에서 보여준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한겨레의 경우 사설이나 내부 칼럼에서는 공론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뚜렷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다양한 외부필자의 역동적인 칼럼을 통해서 공론장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3월 첫 주와 둘째 주 실린 외부칼럼은 사내의 정치적 논조를 보완하는 장식품 수준에 불과했으나 탄핵후폭풍으로 조선일보 내부의 논조가 흔들리는 위기상황 속에서 대폭 늘어난 외부칼럼의 풍부한 의견들이 조선일보를 살려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의 외부칼럼들에 대해선 탄핵정국 속에서 기계적 양비론과 환원적 원칙론으로 도피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하는 ‘정치적 화상’을 입었다고 비유한 반면, 경향신문에 대해서는‘공론화의 모범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